"윤핵관? 권력에 기생해서 국민들한테 밉상"
안소니 홉킨스는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 불참했다.
그의 이름은 더글라스 레인이다.
불쾌한 것은 이 영화에 나오는 얼마 되지 않는 여자들 중 이름이 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며, 이들 대부분은 시체 역이고 살아 숨쉬는 사람들은 곧 스크린에서 살해당할 운명이라는 것이다. 운이 좋아야 폭행 피해자가 되는 정도. 여기서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'소녀'라고 불리는 첫 희생자인데, 당연히 캐릭터는 없고 시작부터 관음의 대상, 그러니까 살인자들의 눈요기이며 결국 긴 강간, 고문, 살인 장면으로 끝이 난다. 〈브이아이피〉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 중 "나중에 엑기스나 다운받아 봐야지"라는 게 있었는데, 아마 그 댓글을 쓴 사람들이 생각하는 '엑기스'가 바로 이런 것일 거다.
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괴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인물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.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심은경의 캐릭터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. 오래 전에 법의 굴레에서 벗어났고 자체적인 논리를 세워놨기 때문에, 이 인물은 오로지 자신만이 주인이다.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이 인물을 '선'의 역할에 놓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행동 가능성을 살리지 못한다. 그 결과 이 인물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분량 면에서 조연으로 밀린다.
주연이 아닌데 주연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는 경우.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는데, 의외로 많다. 대부분 여우주연상에서 발견된다. <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>의 헬렌 헌트는 사실 조연이다. 이 영화에선 잭 니콜슨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조연이니까. <셰익스피어 인 러브>의 기네스 팰트로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, 사실 이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니라 '상대역'이다. 영화 속 '여자주인공' 상당수가 사실은 남자주인공의 아내나 연인인 '상대역'이다.
그는 자신의 뇌를 찍은 사진이 사이코패스의 뇌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, 그 사실에 촉발되어 자신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선조가 살인자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.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적을 돌이켜보고, 가족과 친구들에게 냉정한 인물평을 구한 결과, 그 자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. 그런데도 그는 어떻게 무지막지한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?